2009년 03월 09일
Tolkien the Medievalist - 리뷰...?는 아니고 그냥 잡설.
<2007. 12. 26. 씀>
한달쯤 전인가, 학교 서점에 갔는데 '중세학자로서의 톨킨'이라는 책을 발견하고서 조금 읽다가, 결국 도서관에서 빌려다 놓았었다.(할일이 많을 때는 다른 책들도 어찌나 재미난지.) 여러 학자들이, 톨킨의 생애나 작품에서 드러난 중세학자로서의 그의 면모들을 소개한 에세이들을 모아 놓은 책인데,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닌데도 조금씩 알수록 톨킨은 너무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중세영문학자이자 앵글로색슨어 학자로서 옥스포드의 교수로 재직하였고, 새로운 언어 하나를 창조해 낼 정도로 언어와 문법의 천재이자 수많은 사람들을 사로잡고 적지않은 사람의 인생을 바꾸었을 어떤 소설의 저자. 처음에는 그러한 압도적인 프로필에, '이사람도 역시 '천재'라 불리는 인간 부류중 하나구나'라는 감탄과 동경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나를 가장 매료하는 그의 특성은 '진지함'이다.
실용성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따라서 생활에 별 도움도 안 되는--중세문학이니 앵글로색슨 문학이니 고대 북유럽신화니 하는 것들을 그 자체로 사랑하고 진지하게 연구했던 학자... 문헌학이라는 것 자체가 빠릿빠릿한 머리회전이나 열띤 자기 주장보다는 그저 성실히, 꾸준히 이미 있는 것을 파헤치는 일이니까.. 그런 소박함과 성실함과 진지함이 나는 좋다. 그가 평생 연구해 오고 애정을 쏟았던 북구문학이 당시 독일 국수주의자들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용될 때, 이 천상 학자는 매우 분개해서, 자신이 직접 참전했던 일차대전때보다 더 적국에 대한 전의가 불타오른다고 했다. 옥스포드에서 교수로서 큰 권한을 가진 자리에 있었던 50대에, 그는 강의나 연구보다는 창작(Lord of the Rings의)에 더 마음을 쏟아서 그 지위에 걸맞는 활동과 업적을 남기지 못했다고 한다. LOTR은 어느 머리좋은 교수가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남는 시간에 재미삼아 써 본 작품이 아니라, 그에게 있어서는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쏟아 부어도 아깝지 않은, 해결해야 할 무언가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소설을 읽는 사람의 마음 속에도 분명히 깊게 울렸을 것이다. 나에게도 그랬다.
지금의 나에게, 톨킨은 ‘오, 대단해!’라는 감탄보다는, 그의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에 공감을 더 많이 하게 되고, 또 공감을 하고 싶은 사람이 되었다. 일생을 통해 세상에 나온 저작은(publication) 학자와 교수로서 그의 위치를 생각해 볼 때 극히 적다고 한다. 하던 연구를 끝맺어서 출판물로 내놓는 일이 톨킨에게는 그렇게 힘들었다나. (꼭 그런 점을 가지고 공감하는 건 아니지만^^;; 왠지 친숙한 느낌의 성격이랄까;;;) LOTR에 흐르는 약간 슬프면서도 따뜻한 정조, wanderlust, 영원히 잃어버린 무언가, 진정 noble하다는 것, 섭리, 아름다운 것에 대한 사랑, 거짓에 대한 증오, 힘과 공포, 공포의 힘, 내려놓는다는 것,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기다림. 그런 것들을 작가와 함께 느낄 수 있어서, 그런 것들을 생각하게 해 주어서 좋다.
내가 무사히 언어학자가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언어학자로서 살아가건, 그렇지 안건, 톨킨은 오래전 언젠가 희미하게나마 나의 롤모델이었고, 십년이 지난 지금, (그렇다. 십년이나 지났다;;;) 그를 알아가면 갈수록, 점점 더 중요한 사람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2009. 3. 8.>
약 일년 하고 반 전에 써 놓았던 글.
공부를 오랫동안 놓고 있었을 때, 유일하게 했던 독서가--'공부'의 세계와 연결된 끈을 놓지 않게 해 주었던 것이 톨킨이었다.
오늘도 학교에 못 가겠다고 침대에 누워 있다가, 운명의 산 자락에서 누군가가 샘에게 '지금이 아니면 늦어!'라고 외치는 바람에 나도 퍼뜩 정신이 들어 집에서 나올 수 있었던 적도 있었다.
Biography를 읽었던 지난 해 말... (아직 다 못읽었음;;;) 작가로서의 톨킨 뿐 아니라 학자로서, academic job을 가진 생활인으로서의 톨킨을 만나고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
이번학기에 영어사 조교를 하면서, 우연히 (아니, 우연은 없다) Beowulf 읽기 수업에 들어가게 되면서, 마침내, 정말로 그를 만났다는 기분이 든다. 마침내 우리의 길이 교차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십년만에. 우습다^^;;
그를 알아가면 갈수록 나에게 점점 더 중요한 사람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은, 계속해서 들어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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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9/03/09 14:24 | dear professor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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